이 새벽에 혼자 마시며 사진 찍던 중, 아이패드와 아이폰 간의 블루투스 교란으로 에어팓을 통해 낮에 듣던 오케스트라 버전, La Valse M.72가 폭풍처럼 터져 나왔다. 잠시 고맙고 황홀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코로나 발생 약 일 년여 후, 평소 수혈하듯 오갔던 연주회에 약 일 년여 간 발길을 끊었던 그때, 문득 현장에서의 Symphony가 절실해서 나 혼자 운 적이 있다. 그 며칠 후, 우연히 B와 대화하다가 그 얘기가 나와서 둘이 함께 울었다. B는 무대 냄새와 튜닝 소리가 그립다고도 했다.
곧 정부에서 endemic 선언한다는데, 정말 그 정도로 코로나가 안정된 것이라면, 우리 가족도 다시 전처럼 연주에 가고 외식도 할 수 있을까.
도넛은 B가 엄마와 함께 먹겠다고 귀갓길에 사 온 것.
바쁜 아이, B 기다리며.
오랜만에 B 부녀 안경 맞췄다.
중학교 이학년이 되도록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조차 모르고, 아이폰은 전화기로만 쓰던 B가, 코로나를 겪으며 이 년간 방통대 학생처럼 컴 앞에 앉아 원격 수업을 들으면서 IT 전문가(?)가 되어버렸다. 매일 보고 듣는 수업도, 과제도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대면 수업을 하는 요즘도 컴 앞에 앉아서 수행해야 하는 과제와 수업이 여전히 있고, 교과 선생님들의 연락을 아이폰을 보며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이제 B의 렌즈는 필히 blue light 차단 기능이 있는 것으로 선택해야만 한다. 씁쓸한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