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31일
20221230

내가 국민학교 저학년 때 엄마에게 쓴 편지.
이미 얘기했지만, 나의 엄마는 전업주부임에도 불구하고 늘 외출 중이었다. 아침 아홉 시면 특정 다수에게 전화해서 점심 약속 잡고 무작정 외출해서 아빠 퇴근 직전 귀가. 때때로 일박이일 골프 여행으로 외박. 그래서 어린 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학교에서 준비물 뭐 가져오래, 돈 얼마 가져오래, 백 점 받았어, 일 등 했어 등등- 이렇게 편지와 쪽지에 써서 화장대 위에 두었다. 종종 "엄마는 나를 사랑하느냐"고 질문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는데, 그런 편지에는 예, 아니요, 선택형 문제도 냈다.
엄마가 혼인한 지 십팔 년이 지난 나에게 여전히 찔끔찔끔 보내는 "잊힌 기록들"을 종량제 봉투 옆에 끼고 정리하다가, 잠깐 마음이 불편해서 사진 찍어보았다.
다른 편지에는 걸 스카우트에서 거스름돈 없는 이천 원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나에게는 오천 원짜리 뿐이고, 도우미 아주머니와 오빠에게 물어봐도 천 원짜리로 바꿔줄 수 없다고 했다는 난감한 사정이 적혀있었다. 그 편지의 나의 마지막 문장은, "하지만 난 울지 않았어." 였다.
아, 편지와 함께 내 상장 전부를 생애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찢다가 현재 B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당시 중학생이던 나에게 준 상장을 발견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가슴이 뜨끈했다.





이것으로, 마트에서 떡과 소스 패키지로 파는 대기업 떡볶이는 이제 다 먹어봤다!

B가 좋아하는 엄마의 고깃국물.
숙주 넣었다.

오랜만에 콩나물.

늘 이렇게 아침 죽.

매장에서는 절대 안 마신다.
# by | 2022/12/31 02:26 | SongC today!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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