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9





































속상한 그 일 뒤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여전히 진행중인 그 사건은, 중년은 한 발 뒤에서 구경 중이고, B는 나를 탓하고 있고,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죽고 싶다.
이번 일로 인해 중년이 나를, 내 자식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주 잘 알게 되었다.
신축년 을미월.

중년은 십칠 년 가까이 나와 살아오며 나에게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B에게도 하지 않는데, 딱 한 번 한 적이 있으니, 내가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했을 때, 딱 한 번 내 말을 따른 적이 있다 -그때도 얼떨결에 말만 했을 뿐, 자기가 왜 아이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억울해했다.

중년은 이곳에 적지 못하는 여러 사건들로 내 마음을 아프게 했을 때도, 내가 아끼는 물건들과 그릇들을 십수 개 망가뜨렸을 때도 사과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그릇의 경우, 가족 모두의 공동 소유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실수로 깨뜨렸다고 해서 나에게 사과할 이유가 없단다. 그릇뿐 아니라 가내 모든 물건 다 나의 개인 소유가 아닌, 가족 공동 소유라서 그렇다고.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고, 실수에는 사과할 필요가 없단다. 또 다들 그릇 깨면서 살고, 물건 망가뜨리며 살며, 그것이 정상적인 삶이란다. 누가 규정지은 정상과 비정상인지?!

중년은 그 생각을 바꾸지 않고, 나는 내가 소중히 여기는 내 마음이며 가치, 내 물건 등, "내 것"을 중년이 파괴해도 중년에게 사과받지 못하고 산다. 평생 본질 타령하는, 그 "본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중년에게, 나는 그저 청결과 물질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아줌마일 뿐이다. 특히 중년은, 내가 수집한 그릇을 아끼는 행위나, B가 자신이 수집한 카탈록과 책자들을 아끼는 행위를 매우 한심하게 여긴다.
그래. 내가 그렇게 물질에 집착해서, 집도, 돈도 한 푼 없는, 존재 자체가 평생 자산인 전문직도 아닌, 월급쟁이 삼십 대 중반의 중년과 결혼했나 보다. 물질 집착녀로서 나는, 홀어머니에 누이 셋인, 등에 빨대 꽂히고도 본인이 등신인 것조차 모르는 중년이, 후에 김택*이나 김정* 정도 될 줄 알고, 그 가능성 하나 꿈꾸고 결혼했다. 집까지 사 들고. 다 내가 너무 어려서, 몰라서, 멍청해서 저지른 일이다. 自繩自縛, 誰怨誰咎. 물질 집착녀다운 어리석은 선택인가.

"본질"만을 중시하는 중년은, 치마 두른 여성이라는 본질만 가진 상대를 구하지 않고, 여성인 것은 기본질 중의 기본에, 나이는 까마득히 어리고, 집까지 사 들고 있는 나를, 자살 쇼까지 하시며 간택하시었지.
등에 거대한 빨대 꽂히고도 본가 가족 그 누구에게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들어본 적이 없으니, 할 줄도 모를 거다. 중년 왈, 가족끼리는 그런 말 하는 게 아니고, 그런 말 듣기를 바라서도 안 된단다.

가까울수록, 가까우니까, 가족이니까 더 주고받아야 하는 말이다, 등신아.




by SongC | 2021/07/19 20:45 | SongC today!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vamosrafa at 2021/07/21 04:18
'내가 세상에서 가장 상냥하고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내가족 '이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요즘 제가 곱씹고있는 말이에요.

Commented by SongC at 2021/07/28 21:36
저도 잊지 않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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