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C

기념일이었다구.








여전히 이렇게 솥 밥 짓고 있다.
사진은 이게 전부지만, 유기농 찰보리로도 밥 지어 이제 찰보리도 다 먹고 없다. 식재료 꾸러미로 온 무농약 백미는 아직 조금 남아있고, 이제 유기농 찹쌀 섞어서 밥 지어보려고 한다.

최근 맛있는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물김치, 고들빼기김치가 생겨 잘 먹고 있다. 다 중년이 좋아하는 것들. 나는 결혼 전에는 먹어본 적 없던 것들인데, 이제 갓김치는 즐겨 먹는다. 특히 갓물김치가 좋다.
중년은 내가 중년을 위해 산 고들빼기김치가 늘 쓴맛이 적다고, 여태껏 만족한 적이 없다. 당신 어머님이 담그셨던 고들빼기김치는 쓴맛이 강해서 좋았다며, 늘 옛날얘기만 한다. 너희 집으로 가라. 아무도 안 잡아.




































여전히 외식은 절대 하지 않고,
종종 집 근처에서 이것저것 사다 먹는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소시지, 더 사서 맛있게 잘 먹고 있다.



Franke는 며칠 전, 불친절한 한샘 기사가 다녀간 이후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예상대로 회로는 정상인데, 모터가 나갔다고-고장 났다고. 똑같은 새 후드를 주문해놓은 상태로, 다음 주중 설치 가능하다고 한다.
후드가 멈추고, 한샘 서비스 센터에 연락해서 불친절한 한샘 기사가 내 주방을 방문하기까지 십이일 걸렸고, 새 상품 주문 후 약속한 날 설치하기까지 팔 일 걸리게 된다. 약속한 그 날, 새 후드가 정상적으로 설치된다면, 약 이십일 간 주방에서 후드 없이 맑은 물 끓이는 음식-무쇠솥 밥, 국수, 수란, 반숙란, 데친 두부, 데친 도토리묵과 데친 소시지 따위만 해 먹고 산 것이 된다. B는 이미 화났다.

이천사년 결혼한 이후, 이렇게 긴 시간 제대로 음식을 만들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학교생활을 즐기는 아이, B의 중학교 시절 일 년이 코로나 19로 인해 이렇게 흘러간 것이 서글프고 안타깝지만, 아직 수도권에 확진자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마당에 등교 수업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를 살며 달라진 나의 일상은, 이십 년 넘게 나를 괴롭히던 편도선을 떼어낸 후 십수 년간 마스크를 쓰고도 외출 후에는 목이 부어 아프고 열이 나던 내가, 더는 목이 부어 아프지도 열이 나지도 않는다는 것. 내 딸답게 이비인후과 우수 고객으로 살던 B도 아프지 않아, 올해 들어 단 한 번도 이비인후과에 갈 필요가 없었다.
가내 위생 상태야 언제나처럼 억척스럽게 유지하고 있으니, 전과 다른 점을 따지자면 우리 가족의 외식 빈도가 줄었다는 것, B가 등교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수 타인의 비말 차단. 앞으로 영원히 우리 모두의 위생 관념이 이렇게 유지되기를 바라지만, 벌써 술집과 밥집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고. 비위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