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5






















B는 이제 열 네 살.
늘 자랑스러운, 하나뿐인 내 새끼.
'나는 이렇게 전업주부로 살 여자가 아닌데.' 신세 한탄하며 울고 또 울고, 내 자존심 지키려 내 능력 다 바쳐 키운 하나뿐인 자식. 고와마. 기특해. 자랑스러워.

B는 중년네 가문의 영광인 존재다.
우리 집에서야 이미 TV와 신문에 이름난 오빠들이 있지만. B가 못난 전업주부인 나 대신, 자신의 이름 알리고 있다.

B 생일상 차리려 미역과 미역귀를 또 샀다!








내가 꼬마 시절 우리 집에 있었고, 지금은 내 집에 있는 진정한 빈티지, Lenox.

진짜 생일 케잌으로 주문한 것은, 실은 며칠 뒤에나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비밀.








열심히 냄비 밥하는 중.




무슨 반찬으로 먹었는지 아무도 모를 밥.
기억이 안 나.








무농약 무 한 개 또 사서 절반으로 소고기뭇국 또 끓였다.
이번 무는 제주 무가 아니라 공주 무다.

장마 물난리 후, 유기농과 무농약의 노예인 내가 여느 때보다 더 비싼 값으로 우리 친환경 농산물을 사놓고 보니 참 기가 막히고 마음이 아프다. 내가 이런데, 농부들은 얼마나 더 기가 막힐까. 시금치가 루꼴라처럼 가늘고, 토마토는 곯아있고, 셀러리는 진흙 범벅에 시들시들. 이렇게 내 식탁까지 올 수 있었던 농산물이 이런 상태인데, 수해로 인해 버려진 농산물은 얼마나 처참한 꼴이며 엄청난 양일지!

반면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 급식을 하지 않아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가 막혔다고 했을 때, 내가 팔아준 꾸러미에는, 시금치가 웃자라 길이가 삼십 센티쯤 됐었고, 두께는 새끼손가락만 했었다.




오랜만에 콩국수.























B는 애써서 들어간 학교의 좋아하는 교복도 전처럼 입지 못하고, 모여서 수다 떨던 친구들과 함께 스쿨버스도 타지 못하고, 심지어 애써 들어간 학교에 걸어 들어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무슨 방송 통신 대학생처럼 모니터를 보고 수업을 한다. 내 교육관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컴퓨터를 켜고 끌 줄도 모르던 아이다.
옷장에 처량하게 걸려있는 B의 교복만 보면 속상해 미치겠다.




by SongC | 2020/08/26 01:08 | SongC today!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Linked at SongC : 20200830 at 2020/08/31 05:59

... 남은 무</a>의 절반으로 무생채 만들고, 유기농 숙주 사서 숙주나물 만들고, 토란대 사서 토란대 나물 만들고, B 생일 불고기 만들고 남은 배 한 개를 소비하기 위해 소 불고깃감 삼백 그램 사서 불고기 만들었다. 냠냠. 냄비 밥은 뜸 들이는 중. 이번에 산 도라지로는, 도라지나물이 아닌 무침. 밥 짓고, 고사리나물 심심하게 무치고, 당근 채는 살짝 데쳐, 무생채와 쌈채소와 함께 밥 위에 얹었다. ... more

Commented at 2020/09/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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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20/09/06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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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20/09/0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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