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7














이인 밥상은 늘 B와 아빠의 밥상.
달래 장 또 만들어 현미 귀리밥에 비벼 먹도록 했다. 이번 상차림은 본의 아니게 단백질이 부족해, 청란을 써니 사이드 업 예쁘게 구워 올렸는데, 올리고 보니 한 개는 부족해 보여, 청란 한 개씩을 더 구워 올렸다. 두 번째 청란을 올리면서 프라이팬으로 전에 올린 멀쩡한 노른자를 눌러 터뜨려, 저렇게 한 개씩 노른자 터진 꼴이 되었다. 부녀가 달래장 맛있다고 냠냠.

달걀 프라이는 수년 만에 해보는 듯하다. 기름 쓰기 싫어, 달걀은 삶거나, 수란 만들거나, 기름 없이 스크램블만 해 먹은 지가 십 년은 된 듯. 이번에도 기름 한 방울 넣지 않고 달군 팬에 구웠다. 묘기.








매끼 바꾸고 세탁하는 테이블 매트도 그날은 -귀찮아서- 바꾸지 않고, 같은 날 다시 차린 B와 아빠의 밥상.
냉장고 속 재료에 낫또와 달래 장 활용.








나는 을밀대나 평양면옥에 가서 간단히 냉면이나 먹고 오고 싶었는데, 중년이 토끼정 가자고. B도 좋아하는 곳이니 반대할 이유는 없어 가기는 했지만, 난 저렇게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이 참 싫다. 게다가 분당 토끼정은 불친절하기까지!
B는,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저런 단짠기름진 음식 보면 눈이 휘둥그레~ 어쩌면 중년도 눈이 휘둥그레~








B의 방을 지나다가 열린 문밖에서 본 컵이 예뻐서 찰칵.
그런데 벌써 부채 나왔니?!



이런 목을 가지고 사는 내가 지금처럼 미세먼지 심한 시즌에 무사할 리 없다. 긴 병 앓으며 환자가 의사 된다고, 나도 삼십 년 넘게 앓으며 나름대로 내 목과 귀통증에 대해서만은 척척박사가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그렇게 아프면서도 이런 생각 해본 적 없는데, 내가 사람을 낳고 키우며 관찰해보니, 나의 이런 이비인후 문제가 내 기관이 "기형"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알아보고 일컫는 신체적 "기형"이, 실은 남들이 모르는 몸속, 옷 속에 가려진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차라리 죽어버리고만 싶은, 지긋지긋한 나의 일상 고통인 목+귀통증의 원인이나, Ashton Kutcher의 물갈퀴 발가락이나, 많은 여성들이 위기에 닥쳐 알게 되지 않으면 평생 모르고 살아도 그만일 자궁 기형이나, 여느 사람들의 엄지손가락이 마치 엄지발가락처럼 생긴 흔한 "단지증"처럼. 기형은 흔하고, 정상과 기형은 종이 한 장 차이인 듯하다.

평소 하루에 두 번 하는 샤워를 요 며칠 세 번도 하고, 네 번도 한다. 내 몸의 먼지 냄새가 너무 싫다. 폭착폭착 하루에 몇 번씩 콧속 씻어내도 가시지 않는 먼지 냄새. B가, 엄마는 벌써 여름이 된 것 같단다. 여름이면 엄마가 하루에도 샤워를 네댓 번씩 한다고.
이집트 사막에서 모래바람 맞고 귀가했을 때가 떠오른다.




by songc | 2018/03/28 01:27 | SongC today!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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