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0






음력 설 전후로 하는 성묘는 너무 춥다. 추석 전후에는 햇볕이 따갑고, 바람이 세다. 봄가을, 아무 날도 아닌 날에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좋고, 산 사람 없어 좋다.
시댁 어른 성묘 다닌 지 십사 년째. 나의 그의 손에 이끌려 묘와 봉안묘가 모여 있는 공동묘지라는 곳에 처음 가보고, 조화라는 것이 저렇게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땡볕과 비바람에 늘 노출된 봉분 앞 조화는, 대개 눈부실 정도의 형광이나 원색이 선택되어 꽂혀있는데, 아무리 남들 눈에 띄는 눈부신 색깔의 조화를 꽂아도, 꽂은 지 두어 달만 지나면 색이 바래 칙칙해진다. 친인척이 자주 들러 조화를 바꾸는 묘는 늘 선명한 조화가 꽂혀 있고, 그렇지 않은 묘는 색바래고 해진 조화가 꽂혀 있다.
걷다가 우연히 본 어느 봉안묘에는 현재 살아있다면 백 살도 넘는 사람과, 한 살도 안 된 아가가 함께 있었다. 어쨌거나 그 둘은, 산 사람 기준으로는 "가족"인가보다.




산소 인근, 처음 가본 그 지역 빵집.
일본 유학한 제과제빵사들이 있는 곳으로, 빵이 전반적으로 달고, 떡처럼 쫀득거렸다. "데조로의 집"과 일면 비슷한 맛. 중년 입맛에는 딱 맞는단다. 검색해보니 사연이 많은 빵집이다.




매일 일 리터씩 두 번 끓이는 보리차.
















중년이 사다 준 꽃.
산 사람에게는 생화를. 너무 잘 들어 손가락 자를까 늘 두려운 나의 꽃 가위로 왁스플라워 줄기를 자르니, 레몬그라스 향기가 진동했다.








성묘 가서 쓴 북어포가 이번에는 고스란히 내 주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북어포는, 대개는 현장에서 대충 찢어서 나누어 먹어 없애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먹으려는 사람이 없었다. 버리고 올까 하다가 아까워서 집에 가져와 갈무리하고 북엇국을 끓였다. 건어물로 육수를 낼 때 꼭 꽃게 들어간 다시 팩을 쓰는데, 이번에는 갈무리 후 당연히 버려졌을 북어포의 껍질도 넣어 국물을 냈다. 덕분에 간을 전혀 하지 않고도 간이 딱 맞았다. 며칠 전에 끓인 성게 알 미역국도 미역귀 덕에 간을 전혀 하지 않고도 간이 딱 맞았지.

이제 내 주방에 해산물은 미역과 미역귀, 김, 그리고 다시 팩 뿐이다. 방사능 무섭고 microbeads 싫어, 해산물 끊으려 꾸준히 노력 중. 금방이라도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끙끙 앓다가 죽지도 않고는 또 앓고 자식 괴롭히며 쭉 앓는 건 정말 두렵다. 싫다.




by songc | 2018/02/21 02:30 | SongC today! | 트랙백 | 핑백(1)

Linked at SongC : 20200505 at 2020/05/06 02:24

... 긴 연휴에, 몇 달 만의 가족 나들이로 시어른 산소를 찾아 성묘했다. 늘 그랬듯, 형광에 가까운 날 색의 조화로 정병도 새로 단장했다. 우리 가족 외, 산 사람 단 한 명도 없던 곳. 전남 강진의 수국 농가를 돕기 위해 구입한 수국 네 송이. 택배비 포함해 수국 네 송이에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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