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30






잘 말린 레드향 껍질 넣은 멸치볶음.
기대와 달리 멸치에까지 시트러스 향이 배지는 않았지만, 레드향 껍질은 씹었을 때 향이 아주 진했다. 별미.












주말, 늦은 아침 겸 점심.








그날 저녁, 우리 가족은 B의 정기적 철분 섭취를 위해 스테이크 전문점 방문.
언제나처럼 B는 한우 등심, 나의 그는 양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했고, 작년 말부터 겨울 한정 메뉴로 있던 굴 세 피스를 에피타이저로 주문했다. 나야 평소 저녁 식사는 하지 않는 사람이니 식사는 하지 않고, 석화 한 피스씩 우리 셋이 나누어 먹었는데, 결국 사달이 났다. 안 먹기로 한 굴을 괜히 주문해서는.




탈이 나려 했던 것인지, 평소 나는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느글거려 안 먹는 동네 카페의 -나름대로 유명한- 당근 케잌도 한 입 먹었다. carrot cake은 내가 좋아하는, 없어서 못 먹는 것인데, 유난히 이 집 당근 케잌은 먹으면 속이 너무 안 좋아 내가 꺼리는 것.




집에 오자마자 내가 설사 일 회. 혹시 굴 때문인가 해서 노로바이러스 검색을 해보니, 노로바이러스는 최소 이십사 시간의 잠복기가 있대. 설사는 그 한 번으로 멈췄고 나는 멀쩡했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라, 다음날 내내 나는 주방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B와 나의 그는 종일 외식을 했다. B는 평소 화장실도 혼자 써서 나와 접촉할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B가 굴과 스테이크를 먹은 지 약 삼십이 시간이 지난 새벽 세 시 반경, B가 토하기 시작했다. 날이 밝을 때까지, 노란 위액이 나올 때까지 토했다. 토하기 시작하면서 체온이 삼십팔 도가 넘어, 집에 있던 어린이 타이레놀을 먹이고 물수건을 얹었는데, 토하는 중에 먹었던 약도 다 토해냈다. 옷 가볍게 입히고 밤새 물수건 얹어 삼십팔 도 넘지 않게 겨우 유지시키며 꼬박 밤을 새우고, 나의 그가 아침 아홉 시경 병원에 데리고 가니, 원인이 굴에 의한 노로바이러스로 "추정"된다고.

뉴스에서나 보던 노로바이러스?!

B는 수액 맞고 집에 와서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내가 확인해보니 의사가 해열제 처방을 해주지 않았더라. 나의 그는 처방전을 받고도 확인을 하지 않아 몰랐다고. 의사와 통화하니, 보통의 경우 수액을 맞으면 열이 떨어져 해열제 처방이 필요치 않은데, B의 경우 열이 떨어지지 않으니 해열제 처방을 해주겠다고, 다시 병원에 방문하라고 했다. 네 실수는 아니고?

B는 약 먹고 푹 쉬어 지금은 괜찮다.
그런데 B가 병원 다녀온 뒤로, 나의 그가 아프다.

나는 마스크 쓰고, 나이트릴 장갑 꼈다, 고무장갑 꼈다 하며, 락스와 알코올 스왑으로 이쪽저쪽 화장실이며 스위치, 문손잡이, 현관 초인종까지 소독하고 다니기 바쁘다. 삶은 지 이틀밖에 안 된 우리 가족 침구도 다시 삶고, 수건이며 행주, 걸레 등은 늘 삶아 쓰는 것이지만 핑계 삼아 또 삶고. B가 쓰는 필기구도 소독하고. 두 사람이 화장실 쓸 때마다 소독하러 따라다니고 보니, 일주일 치 화장실 청소를 하루 동안 한 것 같다.

B의 탈수가 걱정되어 끓는 물에 꿀과 소금 넣어 먹이고 소변 체크를 하니, B는 자기 소변은 왜 체크하냐며 짜증 짜증. 못된 것. 나는 B 아플 때면 B 죽을까 봐, 열이 날 때면 똑똑한 내 새끼가 열 때문에, 혹은 내가 잘못 처치해서, 바보 될까 봐 너무너무 무섭다. 또 나에게는 트라우마가 있잖아.




나는 나의 그가 사다 준, 지나치게 달아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 동네 팡도르로 끼니를 때우고, 부녀는 죽으로 요기했다.




오늘 밤, 새로 한 멸치볶음.
나의 그가 좋아하는 만큼 당분간은 레드향 껍질을 넣기로 했다.
내일부터 B는 평소대로 식사하면 되겠다. 토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한 번도 보지 못한 변만 제대로 보면, B는 안심.

무농약 도라지와 유기농 더덕 사놨으니 어서 해줘야지.




by songc | 2018/01/31 03:43 | SongC today!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Linked at SongC : 20191228 at 2019/12/29 05:25

... 주어야 옳은 것 아닌가? 왜 결제는 먼저, 포인트 적립은 상품 수령 시일까? 누구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 저 스테이크집은 여전히 종종 들르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노로바이러스의 악몽이 여전히 종종한 집. 결국 버리게 될, 당장은 케잌 부자. 뭐든 크고 길게 우적우적 씹기를 좋아하는 중년은 파김치도 썰어줘서는 안 되고, 총각김치도 썰어줘 ... more

Commented at 2018/02/03 21: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gc at 2018/02/12 19:14
좋은 멸치 구하기 힘드시다니 안타깝네요. 다음 한국 방문에 많~이 사가셔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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