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8





올해는 B가 여러모로 많이 성장해서 뿌듯하고, 서울에서 베를린필을 다시 듣게 되어 좋았고, Noah Baumbach 감독의 작품을 알게 되어 좋았다. 이게 전부다.

요즘 얼굴도 모르는 이들로부터 행복하시라는 문자가 많이 온다. 난 '행복하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부모와 함께 산 유년기가 지옥 같았고,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 아빠와 사는 내가 행복이라는 걸 안다면 신기한 일이겠다. 추측건대 행복이란, 자기가 원하는 대로, 계획한 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바로 그 순간 마시는 커피 한 잔처럼. 하루 열두 시간 바닥의 머리카락을 쓸어야만 하는 미용 수습생이 바라고 바라던 자기 샵을 내는 순간, 자식이 제발 어느 대학이라도 들어가기를 바라던 부모가 자식의 대학 합격 소식을 듣는 순간이나, 삼십구억 구천에는 절대 팔기 싫은 부동산을 바라던 사십억에 파는 순간이 행복이 아닐까.
이런 처지의 내가 바라는 건, B가 자신이 원하는 학교 무난히 들어가서 적응 잘 하는 것과 되도록 결혼 따위 하지 않는 것이다. 꼭 결혼해야 한다면 나처럼 자기 혐오에 기반한 동정심으로 배우자를 선택하지 않기를.




by songc | 2017/12/28 05:44 | SongC today!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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