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4






caffeine free organic herb 몇 가지와 혼자만의 티팥을 장만해 주었더니, 이렇게 날씨와 기분에 맞춰 두 가지 허브를 blending하기 시작한 B. 직접 경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허브에 관한 책을 참고해서도 블렌딩이 이루어진다. 꽤 맛있다.
이번에 B를 위해 구입한 Hario는 하리오답게 좋은 주둥이를 가지고 있어 흐르지 않고, 또 뚜껑이 실리콘으로 단단히 닫혀 안전하고, 아이가 한 손으로 따를 수 있어 편리하다. B가 차를 마시는 점심과 저녁마다 B에게 어울리는-내가 모은- Karel Capek 찻잔과 트레이등을 골라 세팅하는 재미가 좋다.
좋마운 날엔 RC를 늘어놓고 셋이 함께 차를 마셔볼까. 모자장수의 으쓱쿵짝 춤을 추며.




결혼 후 공원 묘원이라는 이름의 공동묘지에 처음 가보고 깜짝 놀랐다. 가늠할 수 없는 국내 조화 시장의 규모는 나에게는 신세계.
오늘 시어른 산소에 들렀다. 그동안 명절을 피해 방문했기에 산 사람 볼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명절을 며칠 앞두고 가니 세 팀의 산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추워지기 전에 한 번 더 가야지. 양지바르고, 적막하고, 산 사람 볼 일 없어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
B는 이곳이 환경 파괴의 현장이라며 오늘도 무척 안타까워했다.
나는 내가 죽으면 남은 사람들이 이 껍데기를 화장해서 최대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아무 흔적 없이 버려 없애주기를 바라고, 그렇게 가족들에게 부탁해오고 있는데, B는 내 유골을 자기 집이나 어느 특정 장소에 보관하고 싶어 한다. 바다 같은 곳에 뿌려 없애면 이후 어디가 엄마 바다인지 알 수가 없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섞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엄마가 오염된다'고-엄마를 추모할 곳이 명확지 않다고-생각하는 듯하다. 역시 site에 집착하는 것인지.
국도변 현수막에서 자주 드러나는 NIMBY- 오늘은 "수목장 시설 반대" 주장에, 대도시와 교외에 살아본 B의 경험과 입장에 비쳐 한국 사회의 터부와 편견에 관해 토론했다.
나의 그는 B의 태아 시절부터 자기 전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다. 가장 최근 책은 C.S.Lewis의 <The Chronicles of Narnia>. 몇 달에 걸쳐 오늘 일곱 권 전부를 다 읽었다. 오늘은 기독교 신념에서 본 "사후의 진짜 나니아"에 대한 토론을 한 날이기도 하다.








유관순 열사 생가
이곳 작은 마을은 참 아늑하고도 예뻤다.
문패의 성이 다 유 씨였다는 나의 그의 주장으로 봐서 집성촌인 듯하다.




무기 닮은 이름 모를 열매




멀리서 보면 황금 물결
















진천 농다리
멀리 보이는 도로는 내가 평소 농다리를 내려다보던 중부고속도로.
드디어 가봤다.





아이가 여섯 살 때, 꿈꾸던 전원생활과 더불어 "시골 작은 학교"나 "혁신 학교"에 아이를 다니게 할 꿈을 안고 여러 초등학교를 답사하며 어느 초등학교에 찾아간 적이 있다. 그곳의 한 선생님과 면담을 했는데, 그분이 말하길, 특별할 것 같은 시골 혁신 학교도 기대를 하고 막상 와보면 실망한다고 했다. 그래서 애써 왔다가 다시 도시로 나가는 가정도 많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우리 부부는 허상같기만 했던 기대를 많이 버릴 수 있었다.
큰 기대를 버리고서도, '그래도 좀 낫겠지'하는 작은 기대는 안고서 혁신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킨 후로는 학부모로서 만족스러웠던 적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로서 평범하기만 했어도 고마웠을텐데, 부조리의 확인과 실망의 연속이었다. 아이가 일 학년 한 해를 보내던 중간 언제쯤부터 나는 아이에게 홈스쿨링 하자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일곱 살, 한 해를 홈스쿨링만으로 보내며 입학 전에 해야 할 모든 준비를 잘 마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밑도 끝도 있는 자신감. 결국, 3학년 담임이 발단이 되어 홈스쿨링은 시작되었다.
과거 만 12세에야 칠 수 있었던 초졸 검정고시를, 최근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는 만 11세 봄에 응시할 수 있다. 만 11세에 검정고시를 치고 친구들과 같은 나이, 같은 해에 중학교 입학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B는 당장 내년에라도 가능할 것 같은데, 초등 검정고시 나이 제한은 소송을 해도 못 이기는 형국이라 아쉽다. 중졸과 고졸 검정고시는 나이 제한이 없어 한 해에 두 시험을 다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좌우지간 B가 목표로 삼은 중학교 입학을 위해 우리 가족은 매일매일 바쁘다.




by songc | 2015/09/25 03:01 | SongC today! | 트랙백 | 핑백(4)

Linked at SongC : 20151113 at 2015/11/14 04:33

... B가 잠들기 전 나의 그가 매일 읽어주는 이야기책. C.S.Lewis의 &lt;The Chronicles of Narnia&gt;에 이어 Jules Verne의 &lt;Le Tour du monde en quatre-vingts jours&gt;를,&nbs ... more

Linked at SongC : 20180220 at 2018/02/21 03:48

... 봄가을, 아무 날도 아닌 날에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좋고, 산사람 없어 좋다. 시댁 어른 성묘 다닌 지 십사 년째. 나의 그의 손에 이끌려 묘와 봉안묘가 모여 있는 공동묘지라는 곳에 처음 가보고, 조화라는 것이 저렇게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땡볕과 비바람에 늘 노출된 봉분 앞 조화는, 대개 눈부실 정도의 형광이나 원색이 선택되 ... more

Linked at SongC : 20180407 at 2018/04/08 03:38

... 서울 응시생 수는 사백오십육 명, 경기도 응시생 수는 육백 명이다. 오늘 시험장에는 B와 같은 어린이 응시생부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B가 홈스쿨링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검정고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축하해. 고와마! ... more

Linked at SongC : 20200505 at 2020/05/06 02:26

... 긴 연휴에, 몇 달 만의 가족 나들이로 시어른 산소를 찾아 성묘했다. 늘 그랬듯, 형광에 가까운 날 색의 조화로 정병도 새로 단장했다. 우리 가족 외, 산 사람 단 한 명도 없던 곳. 전남 강진의 수국 농가를 돕기 위해 구입한 수국 네 송이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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