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9


나의 수집품, 소서와 셑트인 카렐 차펙 컵이 이제 이렇게 컵만 남았다.
평소 B가 식사 중 숙녀 기분 내며 즐겨 사용하던 것인데, 물이 흘러 컵과 소서가 일시적으로 달라붙어 있는 것을 나의 그가 모르고 컵만 집어 들었다가 소서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B는 놀라고 속상해서 울고, 중년은 그때 그 사건 때와 같이 "왜 우냐"며 의아해했다. 이번에는 바로 사과하지도 않았다. 내가 B에게 중년의 실수임을 주지시키며 달래자, 나에게는 "아이 교육 잘 못 한다"며 화를 냈다.
중년 주장은, 우리 모녀는 물질만능주의자들이고, 이 집안의 가장이자 아이 아버지인 인물의 발 밑으로 유리가 깨졌는데도 그 인물이 무사한지는 걱정하지 않고 깨진 소서만 신경쓰며, 내가 자식 교육을 잘 못 한다는 것이었다. 전혀 위험한 상황 아니었거든. 싸워서 이겼다. 중년이 우리 모녀에게 사과했다.

B 초등학교 입학할 때 벌벌 떨고, 이 학년 올라갈 때 내심 불안해하던 내가 달라졌다. 이제 담담하게 아이의 새 학년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공부 습관도 그럭저럭 잡혔고, 심지어 타 학년 선생님들에게까지 신뢰받으며 학교생활 잘했고, 낯선 동네의 낯선 학교에 와서도 내 치맛바람 없이 저 스스로 친구 잘 사귀었으니, 이제 학년이 달라졌다고 걱정할 것은 없겠다.

음, 그런데 우리 집에 다니러 오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내 기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내가 대접하지 않은 음식-싱크대 위 바나나, 다음 날 아침에 먹으려 사다 놓은 빵 등을 호스트인 나에게 묻지도 않고 막 집어 먹는다. 곁에서 그 행동을 지켜보는 그 부모들은 언제나 미소만 짓고 있다. 케잌이며 유기농 과일, 쿠키, 두유, 물 등을 아이들이 먹을 수 있게 따로 차려 내는 만큼 내가 대접을 부실하게 해서 아이들이 배가 고픈 것은 아니다. 잘 놀다가 갑자기 부모 곁에 다가와 부모의 다과를 허락 없이 집어 먹고, 내 주방에 마음대로 들어가 내가 대접할 용의가 전혀 없는-나중에 먹으려 사다 놓은 식재료를 허락 없이 먹는 것이다. 그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의 그런 행동에서 전혀 문제를 보지 못하는 듯하다. 내가 잘못된 것인가. 주방 식재료에 손대는 것에 더해 온 집안을 배회하며 소금 붙은 프렛즐을 깨물어 바닥을 소금밭으로 만들고, 우리 부부의 LC3에 누워서 징징 짜며 눈물 묻히고 과자 가루 흩뿌리는데도 주의를 주기는커녕, 사랑스럽다는 듯 미소만 짓고 있는 그 부모들은 뭔가.




2013년 봄에 심은 다포딜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빼꼼 싹을 틔웠다! 죽지 않고 살아줘서 고맙다고 큰 소리로 인사했다. 몇 뿌리 더 늘어난 것 같다.








by songc | 2015/03/10 05:05 | SongC today!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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