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2월 11일
20150210


몇 주 전 더바도포에서.

며칠 전 언제나처럼 깨어있던 새벽, 썩기 직전의 아보카도로 과콰몰리를 만들었다.
그릇은 내가 기어 다닐 때부터 우리 집에 있던, 엄마가 쓰시던 Pyrex.
진정한 vintage란, 어느 듣보인이 어느 듣보 환경에서 쓰던 것인지 모를-상당히 끔찍하다!- 오래된 아무 물건이 아닌 바로 이런 것이다. 나와 내 주변인들의 손때가 묻어있고, 우리들의 소중한 기억이 담긴 것.
지난주 어느 아침에 코가 이상해서 거울을 보니 코 한쪽에 뭔가가 나 있었다. 빨갛고 무거웠다. '나 이제 제라르 드빠르디유 코 되는 건가' 했다. 다음 날 아침에 코를 보니 다른 한쪽에 또 뭐가 나 있었다. 또 빨갛고 무거웠다. 다행히 그 다음 날, 드빠르디유 코는 아니고, 루돌프 코 되었다 이제 좀 가라앉았다. 쓰는 화장품을 바꾸지도 않았고, 사실 나는 얼굴에 바르는 것이 몇 가지 되지 않기 때문에, 이 급작스러운 사태의 원인이 뭔지 모르겠다. 피부에 자극되어 화장 솜을 써야 하는 토너를 쓰지 않은지는 사오 년쯤 되었고, 그냥 손으로 문질러 바르면 되는 액상형 에센스와 아이크림, 보습을 위한 크림 한 가지만을 쓴지 수년째다. 뭣 모르고 이것저것 대여섯 가지 바르던 이십 대 때보다 피부가 훨씬 편하다. 물론 출산 후 처음 생긴 기미는 여전히 남아있고, 전원 생활하며 더 진해졌다!
음식도 최근 바뀐 것은 전혀 없다. 백미 안 먹은 지는 삼 년쯤 되었고, 현미 한 컵을 기본으로 서리태, 팥, 율무, 녹두, 보리, 은행, 퀴노아를 섞지 않고 따로 보관해 그날 기분따라, 또는 상황에 맞게 한 컵씩 더해 밥을 짓는다. 그래도 냉장고에 백미 500g은 항상 가지고 있다. 나의 그가 죽을 먹어야 할 때나 별별 이벤트를 대비해서. 외식을 제외하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의 식재료는-땅에서 나는 것에 한해, B가 나에게 오면서부터는 전부 유기농이다.
한 가지 의심스러운 건, 루돌프 코가 되기 며칠 전, 산당에서 사온 곰삭은 김치와 돼지 살코기로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었는데, 그 소금기와 돼지 기름 때문에 이 루돌프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사치는 그만 부리고 짐은 줄이기' 실천은 올해도 계속된다! 유기농 티셔츠 몇 벌 산 것을 제외, 몇 년간 옷이나 가방, 구두를 사지 않고 정기적으로 기증만 하니 옷방과 신발장은 갈수록 홀쭉해지고 있다. 우리 가족의 옷과 가방, 신발이 든 박스들은 모 기관을 통해 제 3 세계로 가게 될 것이다. 부엌살림 기증은 여전히-마음에 안 들지만-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한다. 책 기부는 지난 연말, 이 년 만에 예스24를 통해 했다. 기부한 책 양이 순위권 안에 들었다나 뭐라나 해서 나중에 편의점 기프티콘도 왔다. 맥주 사 마셨다.
꼭 필요하거나, 나를 홀리는 숭고미를 지닌 소수만을 가지고 생활하고 싶다.
# by | 2015/02/11 04:40 | SongC today!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 하고, 내가 현미, 찰현미 또는 검정 현미를 선택해 구입하는 것은 전적으로 도정 일자에 달려있다. 자주 아픈 나의 그가 죽 먹어야 하는 경우나 생일을 대비해 백미를 소량씩 가지고 있던 것도 옛말. 십여 년 전, 신혼 시절 마지막으로 만들어보고, 흰 머리카락 나도록 한 번도 안 만들어 본 김칫국을 오늘 점심께 다시 시도해 보았다. 나의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