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8






몇 주 전, 인근 (더) 시골 마을에 갔다가 우연히 들른 편의점에서 구입한 허니버터칩.
두 봉지를 집어 들고 결제하려 카운터로 가니, 행사 중이라며 한 봉지 더 가져오란다.
난 포카칩이 더 좋다.

여기, 시골집에서 약 이십 분 떨어진 곳에서 우연히 맛있는 순댓국집을 발견했다. 순댓국은 나에게 사연이 있다. 이런 사연! '순댓국'이라는 글자와 나의 상상만으로 이루어진,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입덧 경험에 기반을 둔 식탐. 점심시간에 가니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볐다. 내가 태어나서 순댓국이라는 것을 딱 두 군데에서 먹어봤는데, 이곳이 일 등이다. 지금은 내가 임신 상태가 아니므로 나의 그는 내가 순댓국을 먹던지 말던지 상관도 안 한다!

여기 시골에 이사 온 지도 벌써 이 년하고도 삼 개월!

우리 B는 요즘 Bach에 푹 빠져 있고, 피아노와 우쿨렐레 발표를 몇 주 앞두고 있다.
참, 나의 그가 나에게 선물한 KoALOHA 우쿨렐레는 우리 B가 연주한다. 선생님보다 더 좋은 악기를 가지고 우쿨렐레 렛슨 받는다. 그 작은 손, 짧은 손가락으로 쇼팽을 치고, 바흐를 치고, 우쿨렐레 튕기는 꼴이 참 대견스럽다.

내 아이의 친구의 엄마는 절대 내 친구가 아니다. 동료다. 직장 동료와 같은 동료.
반면 나와 내 친구의 아이들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 사귀기가 힘들다. 고등학생, 대학생 때 내가 주변에 나를 100% 보여줬다면, 지금은 '이런 말 해도 되나', '이런 모습 보여도 되나', 매사 먼저 꺼리고, 조심스럽기만 하다.

우리 B가 다니는 학교에는 도시에서 입학 거부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몇몇 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어 해당 질병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상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는 아이들과, 누가 봐도 아픈 것이 분명한 아이들이다. 그 부모들은 보이는 것을 애써 부정하며 질병 치료도 거부하고, 그저 공립 학교만 보내면 자기 아이들이 다수의 아이들처럼 평범해지는 줄 아는 듯하다. 누가 봐도 아닌데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우기기도 하고, '조금 느린' 아이일 뿐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아이들을 영재라는 등, 천재라는 등 우기기도 한다. 정말 무섭다.
난 그 아이들도 제대로 배울 권리가 있다고 본다. 특수 교육 전문가에게, 아동 정신과 전문의에게 제대로 치료받고 교육받아 성인으로 성장해야 할 권리 말이다. 도시 학교에서 '특수 학교 가라'고 권유받은 아이들을, 그 부모의 위선과 독선으로 시골 어느 초등학교에서 인정스럽게 받아준다고 도망치듯 데려와서는 아픈 아이들의 귀한 골든 타임을 태워 없애는 것만 같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아동 학대 같다. 잠자코 보기 마음이 참 불편하다. 북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수시로 -국적 불문- 자국에 거주하는 모든 영유아들의 발달을 점검하고, 수준에 알맞은 교육을 받게 하고, 그런 상태의 아이들에게 도움 안 되는 부모들은 국가에서 교육 시킨다던데, 우리나라는 언제쯤 국가적인 차원에서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까.

내가 보던 몇 안 되던 티비 프로그램인 <금요일엔 수다다>가 몇 달 전 끝났다. 요즘은 <미생>을 본다. 그리고 <한국인의 밥상>을 본다. 물론 티비가 아닌 hoppin으로. 도서정가제 시행 전, 마지막으로 일백만 원어치 우리 가족이 볼 책 주문하며 <미생>도 한 질 주문하고, 약 이틀에 걸쳐 다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눈물이 찔끔 났다. 세상살이 참. 고달프고 아니꼽다. 매몰차고 얄짤없다.

<미생>에서 들리는 이승열의 목소리가 반갑다.




by songc | 2014/11/29 02:39 | SongC today!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Linked at SongC : 20200427 at 2020/04/28 05:21

... 다. 상상했던 바로 그 맛!!! 이상 단순 용역에 능한 중년이 사다 나른 것들. B와 나는 여전히 집안에서만 생활 중. 잊지 못할 일들. 중년은, 내가 임신했을 때 전에 없던 식탐이 생기면서, 길거리 간판에서 "순댓국"이라는 글자를 보고 밑도 끝도 없이 상상했던 내 상상 속의 순댓국-생수에 떠다니는 순대, 무슨 맛 국물에 시커먼 순대가 ... more

Commented at 2014/12/0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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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4/12/0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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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4/12/0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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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4/12/0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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