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05


몇 주 전, ㅣ ◆ 는 토이셔.












지난주
직원분들께 물어 여기 저기 주차할 곳을 알아두고 요즘 종종 방문한다. B가 '언니'와 '아저씨'라 부르는 직원분들은 우리가 방문할 때마다 고맙게도 B를 챙겨주신다.

오늘 내가 자주 가는 파리크라상 매장에서 나의 그와 함께 카운터에 서서 우리가 고른 빵의 결제를 기다렸다. 캐셔는 언제나처럼 빠른 손놀림으로 우리가 고른 빵을 썰고, 포장하고, 우리는 결제를 하려던 참, 우리 뒤에 줄 서있던 남녀가 갑자기 우리가 선점하고 있던 카운터에 다가오더니 여자가 카운터에 상체를 걸치고 제 가슴을 뭉개고 엎드려 결제 직전의 우리가 고른 빵-다행히 이미 비닐에 넣은 빵-에 약 열 번 가량 입을 '에' 벌리고 기침을 해대는 것이다. 빵과 그 주둥이 사이의 거리는 약 15cm.
나의 그가 황당해서 쳐다보고, 캐셔는 얼음이 되고, 내가 너무 황당해서 "왜 우리 빵에 기침하냐"고 물었더니, 남자는 바로 "갑자기 사레가 들어서 그렇다"며 "미안하다"고 했는데, 막상 사레 들었다던 그 여자는 갑자기 기침을 멈추고 나를 노려봤다. 사과는 하지 않고, 나를 노려보기만 했다. 나도 노려봤다. 끝까지. 천박하고 공중도덕이란 모르는 그 여자가 눈을 내리깔 때까지.
나이가 서른은 되어 보이는 사람이 빵집 카운터에 몸을 80도 가까이 기울여 긴박하지도 않은 기침을 남의 빵에 대고 하는 꼴이란. 사레는 무슨, 카운터에 가슴 뭉개기 전까지 그 가슴은 남자 몸에 비벼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왠 사레?! 사레가 그렇게 여유롭게 천천히 쥐어짜는 기침인가. 게다가 내 질문과 동시에 그 사레가 갑자기 멈췄다니, 참 신기한 사레다!
이건 시민 수준에 앞서 가정교육의 문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용하는 상점 카운터에 매달리는 짓이나, 남이 골라 계산한 식품에 자신의 분비물을 내뿜지 않으려는 아주 기본적인 노력. 남의 신체와 재산에 피해 끼치지 않으려는 태도.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언행. 상식.
'더불어 사는 삶'을 이웃의 부주의와 실수를 너그럽게 참고 넘기는 것 쯤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생각하는 모두가 행복하게 제대로 더불어 사는 삶이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이다. 그렇게 살 수 있는 다음에야 이타적인 삶을 바라도 바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니 완벽하지는 못해도,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는 노력을 바탕으로, 서로가 피해받지 않는 존중받는 삶이 '더불어 살기'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두번 죽은 신해철이 오늘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다. 마치 공포 영화같은, 얼마나 아팠을지 상상할 수도 없는 생고통을 다 당하고 떠났다. 난 장미 아파트 살던 신해철을 무척 좋아했다. 미국 살던 신해철 소식을 지인 통해 챙겨 들었다. 그가 죽기 며칠 전에도, 나의 그와 함께 국도변을 달리며, 신해철과 진중권이 떠들던 팟캐스트를 듣고 '참 잘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입바른 소리 하던 사람이, 고통스럽게 가는 길에도 결국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해주고 가려나보다. 지켜보겠다.
함께 늙어가겠거니 생각했던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떠나니 힘들다.

신해철의 두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by songc | 2014/11/06 03:09 | SongC today!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사발대사 at 2014/11/06 04:39
버스에서 남의 뒤꼭지에 대고 기침하는 것들이나 재채기할 때 코나 입을 안 막고 하는 것들이나 다들 인간이라고 하기 어려운... 그 중에서도 희귀한 경험을 하셨네요. 그 정도의 싸이코는 저도 잘 못 본...
남이야 죽건 말건 내가 1등해서 서울대 가서 잘먹고 잘살기만 하면 된다는 교육을 평생 받고 살았으니 사실 그렇게 안 되는게 이상합니다.

신해철씨는 의료사고일게 거의 확실한 지금에서 얘기지만 참 아까운 사람이 죽었어요.
저도 과거에 정말 존경하던 분을 이번 경우와 비슷한 의료사고로 잃어서 참 남의 일 같지 않더군요.
제가 아는 분은 장협착이 왔는데 맹장수술(...)을 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이번 경우처럼 1주일 가량 방치해서 결국은 돌아가시게 만들었던...ㅠ.ㅠ

삼가 고 신해철씨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songc at 2014/11/06 19:58
아시는 분의 사고 역시 너무 안타깝고 억울한 경우네요. 여러 이유로 모르고 지나가고, 알아도 밝히지 못해 묻히고 마는 의료 사고가 얼마나 많고 많을지. 이번 기회에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랄 뿐이에요.

저 막기침녀는 부페에서 접시 들고 서성대며 입 안 가리고 기침 재채기하는 사람들과는 또 다른 꼴이죠. 저도 저런 과시적 막기침은 처음 봐요. 이런 일 있을 때마다 나는 자식 교육 제대로 잘 시켜야겠다고 정신이 번쩍 듭니다.
Commented by 주연 at 2014/11/06 11:24
오랜만에 들어와서 글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songc at 2014/11/06 19:58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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