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6


그동안 많이 아팠다!
10월 중순, B는 여느 때의 감기와 마찬가지로 코가 막히는 것에 더해 목이 붓고 기침을 해서 집에서 삼십 분가량 떨어진 시내의 한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약을 열흘 넘게 먹어도 전혀 차도가 없었고, 미열이었던 열은 결국 이틀간 39~40도를 오갔다. 2010년, 그때 그 사건과 똑같이 흘러가는 상황에 걱정되어 아이의 병력을 다시금 알리고, 감기만 걸렸다 하면 축농증과 고열로 수 주 고생한다는 것도 알렸지만, 항생제 처방을 극도로 꺼리는 그 이비인후과 의사는 끝까지 항생제 처방을 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몇 년간 우리 가족 모두가 다니던 서울의 단골 이비인후과에 갔다. 지난 이 주간 매주 두세 번씩 B의 방과 후 서둘러 명동으로 가 병원 진료를 하고, 공차를 사 들고 이른 저녁을 먹고, 토이셔에서 초컬릿을 사오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나도 -또- 목이 붓고 귀가 아프게 되었다. 남들 평생 먹을 약을 생후 20여 년간 다 먹은 나는 이제 그런 통증 따위로 병원을 찾진 않고 집에서 혼자 앓을 만큼 앓고 말지만, 이번엔 B따라 강남 아니 명동 간다고 나도 진료받았다. 또 후두염이라고, 정신이 메롱해져 밤새 한 시간에 한 번씩 깨는 약을 5일간 먹고 나니 몸의 어딘가가 교란된 듯 지금 몸 상태가 좀 이상하다. 편도선 수술한 지 9년 넘은 지금, 평소 늘 아픈 목이 좀 더 많이 아프다 싶으면 후두염이란다. 1년 365일, 늘 미열이 있고, 목이 아프고, 오른쪽 귀가 불편하고, 가래가 생기고, 갈수록 목소리가 허스키해지는데 이건 전형적인 후두암 증상이네. 나의 그는 지금 한창 축농증과 기침으로 고생 중이다. 일부러 조합하려도 힘들었을 이런 유전적 결함(?)을 가진 엄마 아빠를 만나 아이가 고생하는 것 같아 B에게 정말 미안하다. B는 열이 40도를 오가는 와중에도 결석도 않고, 수행 평가도 받아쓰기도 언제나처럼 다 백 점 받기 묘기를 부렸다. B의 근성.

오래 기다린 <억척가>는 예상대로 좋았지만, 그날 이자람의 목 상태는 좀 안 좋은 듯했고, 마지막에 북과 합이 맞지 않아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공들인, 다된 작품에 재 뿌린 격으로 너무 안타까웠다.지난 주말, 올해 두 번째 <Turandot>관람. 여름내 투란도트 전체를 통째로 외워버린 B는, 공연 중 자신이 무의식중 따라 부르면 어떡하느냐며 걱정했다. Giovanna Casolla와 악수할 때에는 너무 부끄러웠단다. 난 Pavarotti와 Joan Sutherland가 함께 한 무대를 직접 봤다면 얼마나 황홀했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다음은, 아 기다리고 기다리는 Berliner Philharmoniker!





by songc | 2013/11/06 16:38 | SongC today! | 트랙백 | 핑백(4)

Linked at SongC : 20131207 at 2013/12/08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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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여름, 지중배 지휘의 &lt;Turandot&gt;와 겨울, Giovanna Casolla 열연의 &lt;투란도트&gt;에 이은 우리 가족의 세 번째 &lt;투란도트&gt;. 반갑고 고마운 콘서트 오페라 형식. B가 &lt;Lohengrin&gt;에서 듣고 반한 소프라노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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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왔니?! 이런 목을 가지고 사는 내가 지금처럼 미세먼지 심한 시즌에 무사할 리 없다. 긴 병 앓으며 환자가 의사 된다고, 나도 삼십 년 넘게 앓으며 나름대로 내 목과 귀통증에 대해서만은 척척박사가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그렇게 아프면서도 이런 생각 해본 적 없는데, 내가 사람을 낳고 키우며 관찰해보니, 나의 이런 이비인후 문제가 내 기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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