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8


























벌과 나방의 향연.




이제 제법 많은 양의 낙엽이 뜰에 쌓인다. 매일 오후 빗자루로 쓸고 손으로 주워 한 곳에 모은다. 어떤 낙엽에서는 강한 단내가 나는데, 그 모양이나 냄새가 마치 얇고 바삭한 흑설탕 비스킽 같다. 앞뜰의 잔디도 노랗게 변해가고, 얼마 전부터는 밟을 때마다 파삭파삭 소리가 난다.







세상으로 나가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아이와 그 반대의 성향을 가진 부모는 함께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서로에게 맞추려 노력을 해도, 안해도, 모두가 불행하다. 희생하는 쪽은 부모가 되어야겠지만, 그렇다 해도 아이가 자신이 응당 만끽할 만족감을 온전히 누리지는 못할 것이다.

'왜 둘째를 낳지 않느냐'는 말을 며칠새 십수번 들었다. 어느 무리 내 또래 한 여자는 '자기는 만약 딸이 셋이면 아들을 낳기 위해 넷째도 가졌을텐데, 아들이 이미 있기 때문에 아이는 더 갖지 않겠다'고 크게 떠들며 나를 흘끔 쳐다보았다. 우리 나이대에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그런 저질들이 보기에 나란 사람은 아들을 원하지만 둘째가 안 생겨서 못 낳는 여자로 보이나? 그런 저질 수준에 맞추려면, 나도 사람들 앞에서 막 큰 소리로 "난 1 년여 심신의 준비 끝에 단 한 번에 임신했고, 순산했고, 아들 낳아 키우기는 죽기보다 싫고, 시어머니 자리에 있기는 그보다 더 싫고, 혹여 임신할까봐 조심 또 조심하고 살고, 남에게 못 맡기는 성격에 아이 한 명 공들여 키우기도 힘들고, 양가 어른들은 모두 많이 배운 사람들이라 그 어느 분도 우리 부부에게 아들의 '아'자도 꺼내지 않으신다!"고 외쳐야 하나.

B 또래 여자 아이를 키우는, 나와 마음이 꼭 맞는 내 또래를 언젠가는 꼭 만나보고 싶다. 사교육을 지양하고, 홈스쿨링에 거부감이 없고, 아이의 유기농 식단에 철저하고, 색소 들어간 단 음료를 먹이지 않고, 탄산 음료를 먹이지 않고, 초컬릿도 사탕도 커피도 먹이지 않고, 차에서는 아이를 꼭 카시트에 태우고, 딸을 선호하는 사람. +아이들이 아직 알 필요 없는 내용의 대중가요나 저질 춤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사람.
모두에게 당연할 것 같은 위의 내용들이 주위를 둘러보면 참 당연치 않아 아쉽다.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 부부와 같은 교육관과 양육 스타일을 가진 부모들은, 물론 존재 하겠지만, 절대 자신들을 드러내거나 집단을 이루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란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휩쓸리지 않으려면 소신을 갖고서 외로워도 슬퍼도 독고다이?!

오랜만에 먼저 연락주고 먼 길 달려와준 B의 옛 유치원 친구 엄마는, 그 유치원이 불만족스럽지만 아이를 아무 곳에도 안 다니게 할 수는 없어 할 수 없이 보낸다고. 초등학교는 서울 시내 사립을 보내려 알아보고 있단다. 그 집 아이는 아이들끼리 놀다가도 엄마의 휴대폰을 마음대로 집어 들고 요즘 유행하는 가요의 동영상을 보며 따라 부르곤 했다. 우리 B에게는 culture shock. 'sexy lady'라는 가사가 들리던데, 아이가 뜻을 물으면 뭐라고 답하는지... 점잖고 친절한 성품의 그 아이 엄마, 그녀는, 나와 그저 친구로 만났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by songc | 2012/10/08 23:11 | SongC today! | 트랙백 | 핑백(2) | 덧글(4)

Linked at SongC : 20130708 at 2013/07/17 03:03

... 왜요?"에 내가 되묻고 싶다. "왜 아니요?"라고. 왜 내가 아이를 한 명만 낳고 마는지에 대하여 궁금해하는 것에 더해 '아들'이 없으면 안 된다고 떠드는 저질스럽고 무례한 여자도 있었다. 난 우리 B 한 명 공들여 키우는 데 매일 나의 전부를 소진한다. 내 새끼 귀하고 예쁜 만큼 제대로 된 인간 만들어야 한다는 조바심 ... more

Linked at SongC : 20141212 at 2014/12/13 03:47

... 있자면, 구역질이 날 정도이다. 피하는 게 상책이라 요즘은 아예 상대를 안 하려 한다. 척하는 사람들 정말 역겹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딱 맞다. 올해도 남녀차별하는 여성을 또 발견하고야 말았다. 딸 보다는 아들인 사람, 딸의 안녕보다는 아들의 안녕이 우선인 사람, 아프려면 아들보다는 딸이 아파야 한다는 사람, 딸도 아닌 아 ... more

Commented at 2012/10/14 01: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2/10/14 15:08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yanasu at 2012/10/22 12:18
싸이 노래 동영상을 애들에게 보여 주다니! 그런 즈질~
Commented by songc at 2012/10/22 16:48
그렇죠, 좀...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