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1월 24일
20120123




내가 어렸을 때 갖고 놀던 poshette 장난감을 B에게 선물했다.
이제 다 줬다, 장난감은. 아무것도 안 남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렸을 때 페라리나 포르셰를 갖고 놀걸, 인형을 포르셰에 태울 걸 그랬다.
마흔 전에 포르셰 타야지.
며칠 전 gecko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익스트림 스포츠 전용 카메라를 앞 유리에 붙이고 다니는데, 나의 그가 gecko를 "빌려" 타고는 전원을 켜놓은 탓에 베터리가 방전된듯 했다. 긴급 서비스를 불러 베터리 충전은 했지만, 아무래도 교체해야 할 것 같다. T_T

B가 만든 칼과 나의 그가 만든 방패.



명절 같지 않은, 여느 주말과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난 아침에 떡국을 끓였고, 점심엔 만두를 쪘고, 한 시간에 한 번씩 끓여내는 차와 커피를 기본으로, 간식으로는 떡과 음료, 바나나를 내었고, 저녁엔 굴국, 김치볶음밥, 두릅냉채와 샐러드를 만들었다. 내 주방에서의 만두란, 식사하기 삼십 분 전에 주방에 서서 한 삼십 개 쯤 내가 직접 빚어 그 자리에서 쪄내는 "즉석 손 만두"를 말하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남이 빚은 만두를 사와서 쪄 먹었다. 만두를 빚을 만한 에너지가 없어서.
나의 그는 식사 시간과 음식의 질에 매우 집착해서, 난 주말이나 연휴면 괴롭다. 그는 정해진 때에 식사를 하지 않으면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고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각에 꼭 먹어야만 하는 나의 그와, 바쁘고 귀찮을 때 한 두 끼 정도 안 먹어도 상관없는 나는, 신혼 때 식사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었다. 나는 "네 배에 거지 들었냐"는 주장, 나의 그는 "거지야말로 아무 때 아무 것이나 먹는다"는 주장. 매일 정해진 때에 정량 식사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걸 나도 알고는 있지만, 난 오히려 그렇게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 속이 거북한걸. 그리고 나의 그 처럼 식사의 노예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삶은 피곤하다. 이렇게 다른 우리가 수 년 함께 산 지금, 주말이나 연휴에 하루 세 번, "정해진" 식사 시간이 되면 나의 그는 흙빛 얼굴을 한 채 조용히 앉아있고, 난 그런 상황이 불편하고 마치 나쁜 마누라가 된 것 같아 -나는 안 먹더라도- 억지로 뭔가를 요리해 대령한다. 죄책감 들게 하는 것도 재주다. 이것도 나름 서로 맞춰진 것이라 할 수 있나. 아니면 내가 길들여진 것인가.
요리연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직장이 아닌 집에서도 요리를 하는지, 최고급 수준의 직장에서 근무하며 메뉴 개발하고 요리하는 사람들도 저질 싸구려 음식을 먹을 때가 있는지 궁금하다. 입맛 버릴 것 같은 음식 같지 않은 음식이 너무 많은 세상이니까. 요리를 업으로 하는 이들에게 몇 번이나 물어보려고도 했지만, 너무 사적인 질문 같아 하지 못했다.
나의 그의 몇 주 전 일화.
나의 그는 피아노를 아주 잘 친다. 그 날은 아주 오랜만에 다시 꺼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의 악보를 보며 고군분투 하고 있기에, 나는 무심코 "왼손, 오른손 따로 연습하세요."라고 말했는데, 나의 그는 그 말을 들은 즉시 피아노 연주를 멈췄다. 자신은 이제 다시는 피아노를 안 치겠다는 선언과 함께 피아노 뚜껑을 덮어 버렸다. 나의 그는 내가 자신의 피아노 연습 소리를 못 참아서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하고 삐친 것인데, 하늘에 맹세코 난 그런 나쁜 의도로 말 하지 않았다. 내 경험상, 그리고 B를 연습 시킨 경험상, 그 방법이 악보를 읽는 단계에서는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해 한 말이었다. 이상하게 꼬였네, 비이비이 꼬였네. 너무 잘 삐쳐 다루기 피곤하다. 저 심술중년을 어떻게 회유하지.
# by | 2012/01/24 01:28 | SongC today! | 트랙백 | 덧글(4)
제가 생각하는 저질 싸구려 음식은, 저질 식재료를 사용해 만든 음식, 연구는 커녕 상식 밖의 아무 재료와 방법으로 제조한 괴식, 그저 싼 가격으로 승부하는 까닭에 식재료가 저질일 수 밖에 없는 음식등.
고급 레스토랑 주방은 마치 군대 같다는 얘기 들었어요. 사람 몸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만들고, 칼과 불을 사용하는 곳이니 실수가 없어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