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3





내가 어렸을 때 갖고 놀던 poshette 장난감을 B에게 선물했다.
이제 다 줬다, 장난감은. 아무것도 안 남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렸을 때 페라리나 포르셰를 갖고 놀걸, 인형을 포르셰에 태울 걸 그랬다.
마흔 전에 포르셰 타야지.

며칠 전 gecko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익스트림 스포츠 전용 카메라를 앞 유리에 붙이고 다니는데, 나의 그가 gecko를 "빌려" 타고는 전원을 켜놓은 탓에 베터리가 방전된듯 했다. 긴급 서비스를 불러 베터리 충전은 했지만, 아무래도 교체해야 할 것 같다. T_T




B가 만든 칼과 나의 그가 만든 방패.
















명절 같지 않은, 여느 주말과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난 아침에 떡국을 끓였고, 점심엔 만두를 쪘고, 한 시간에 한 번씩 끓여내는 차와 커피를 기본으로, 간식으로는 떡과 음료, 바나나를 내었고, 저녁엔 굴국, 김치볶음밥, 두릅냉채와 샐러드를 만들었다. 내 주방에서의 만두란, 식사하기 삼십 분 전에 주방에 서서 한 삼십 개 쯤 내가 직접 빚어 그 자리에서 쪄내는 "즉석 손 만두"를 말하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남이 빚은 만두를 사와서 쪄 먹었다. 만두를 빚을 만한 에너지가 없어서.
나의 그는 식사 시간과 음식의 질에 매우 집착해서, 난 주말이나 연휴면 괴롭다. 그는 정해진 때에 식사를 하지 않으면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고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각에 꼭 먹어야만 하는 나의 그와, 바쁘고 귀찮을 때 한 두 끼 정도 안 먹어도 상관없는 나는, 신혼 때 식사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었다. 나는 "네 배에 거지 들었냐"는 주장, 나의 그는 "거지야말로 아무 때 아무 것이나 먹는다"는 주장. 매일 정해진 때에 정량 식사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걸 나도 알고는 있지만, 난 오히려 그렇게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 속이 거북한걸. 그리고 나의 그 처럼 식사의 노예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삶은 피곤하다. 이렇게 다른 우리가 수 년 함께 산 지금, 주말이나 연휴에 하루 세 번, "정해진" 식사 시간이 되면 나의 그는 흙빛 얼굴을 한 채 조용히 앉아있고, 난 그런 상황이 불편하고 마치 나쁜 마누라가 된 것 같아 -나는 안 먹더라도- 억지로 뭔가를 요리해 대령한다. 죄책감 들게 하는 것도 재주다. 이것도 나름 서로 맞춰진 것이라 할 수 있나. 아니면 내가 길들여진 것인가.

요리연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직장이 아닌 집에서도 요리를 하는지, 최고급 수준의 직장에서 근무하며 메뉴 개발하고 요리하는 사람들도 저질 싸구려 음식을 먹을 때가 있는지 궁금하다. 입맛 버릴 것 같은 음식 같지 않은 음식이 너무 많은 세상이니까. 요리를 업으로 하는 이들에게 몇 번이나 물어보려고도 했지만, 너무 사적인 질문 같아 하지 못했다.

나의 그의 몇 주 전 일화.
나의 그는 피아노를 아주 잘 친다. 그 날은 아주 오랜만에 다시 꺼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의 악보를 보며 고군분투 하고 있기에, 나는 무심코 "왼손, 오른손 따로 연습하세요."라고 말했는데, 나의 그는 그 말을 들은 즉시 피아노 연주를 멈췄다. 자신은 이제 다시는 피아노를 안 치겠다는 선언과 함께 피아노 뚜껑을 덮어 버렸다. 나의 그는 내가 자신의 피아노 연습 소리를 못 참아서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하고 삐친 것인데, 하늘에 맹세코 난 그런 나쁜 의도로 말 하지 않았다. 내 경험상, 그리고 B를 연습 시킨 경험상, 그 방법이 악보를 읽는 단계에서는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해 한 말이었다. 이상하게 꼬였네, 비이비이 꼬였네. 너무 잘 삐쳐 다루기 피곤하다. 저 심술중년을 어떻게 회유하지.




by songc | 2012/01/24 01:28 | SongC today!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at 2012/01/24 11: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gc at 2012/01/24 21:17
어머님께서 요리 관련 업종에 종사하시나봐요.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 많이 접하며 자라셨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저질 싸구려 음식은, 저질 식재료를 사용해 만든 음식, 연구는 커녕 상식 밖의 아무 재료와 방법으로 제조한 괴식, 그저 싼 가격으로 승부하는 까닭에 식재료가 저질일 수 밖에 없는 음식등.
Commented at 2012/01/24 22: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gc at 2012/01/25 00:18
아, 조미료가 있었네요. 조미료 맛이 뭔지 몇 년 전에야 알게 됐어요. 짜고 달큰하고 느글거리고 구역질 유발하는 그 맛. 좋은 식재료 사용하면 조미료 절대 필요 없어요. 조미료 없이 잘 해 먹고 사는 사람 여기요. 남편은 우리집 식단 그대로 해서 식당하자는 말 자주 해요. 풉. 선배는 공부하기 싫으면 택시 운전 하래고, 남편은 식당 하래고... 다들 왜 이러지.
고급 레스토랑 주방은 마치 군대 같다는 얘기 들었어요. 사람 몸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만들고, 칼과 불을 사용하는 곳이니 실수가 없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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