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8월 10일
20110810





T.um 틔우다.

빨간색으로 변한 보라색 고추.




다음 달이면 지금 사는 이 집의 인테리어 공사를 한지 7년 되고, 오는 연말이면 결혼한지 7년 된다. 7년 세월이 짧지만은 않은지, 집도 가구도 가전도 많이도 낡았다. TV는 작년에, 전기밥솥은 지난 달에 벌써 교체(해야)했고, 나의 그의 부주의로 인해 진공청소기와 스팀청소기는 이미 3~4차례 교체했다.
나는 뭐든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반면 나의 그는 익히 알려진대로 아무리 비싸고 멀쩡한 물건도 하루 아침에 못쓰게 만드는 사람이라 아깝게 버린 물건도 너무 많다. 나의 그가 진공청소기와 스팀청소기를 사용한다며 마구 휘두르다가 가구를 마구 쳐서 가구가 찍히고 나무 조각이 떨어져 나간 적도 수 백 번이다. 그렇게 찍히고 떨어져나간 가구의 보기 흉한 하얀 상처가 내 눈엔 너무 잘 보여 슬프다. 내가 혼수로 장만한 가구 취급하는 가구점 사장이 말하길, 사모님들이 가구 상할까봐 일하는 아줌마들은 가구 근처 청소도 못하게 한단다. 그런 그 가구들을 나의 그는...
결혼생활을 하면 할수록, 살림을 하면 할수록, 내 아버지가 얼마나 돈 잘 버는 남자였는지 알 것 같다. 나나 나의 그는 무슨 일을 해도 그렇게 못 벌 것 같다.
모유수유에 대한 잘못된 속설이 많다. 내가 직접 들어본 것은 '물젖'. 엄마젖은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필요한 성분을 주는데, 그게 언제나 초유처럼 노랗고 끈적이지만은 않다. 초유와 달리 좀 더 묽고 하얗게 변했다고 해서 영양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 말처럼 엄마젖이 어느 시점부터 '영양없는 물젖'으로 변하거나, 혹은 '물젖'을 가진 운 없는 엄마에게서 아이가 태어난다면, 살아남을 아이가 몇이나 되겠나.
내 엄마는 모유를 먹여본 적이 없어 내가 모유수유하는 것을 돕지 못했다. 난 아이를 낳음과 거의 동시에 가슴이 큰 공처럼 커지고 돌덩이처럼 딱딱해지며 노란 초유가 뚝뚝 떨어졌는데, 엄마는 내가 젖이 안나온다며 빨리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라고 했다. 젖이 잘 나오는 여자는 분수처럼 쏟아지는데 넌 왜 젖이 뚝뚝 떨어질뿐이냐며 분유를 먹여야 한단다. 첫 아이를 낳은 여자가 출산과 동시에 젖이 분수처럼 쏟아질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다. 출산 후 젖이 돌며 초유가 뚝뚝 떨어진다면 더없이 희망적인 경우이다. 난 운이 좋았다. 초유가 뚝뚝 떨어지는 내 가슴을 보고 병원의 수간호사는 나에게 젖이 잘 나와 좋겠다고 축하했고, 내 엄마는 아이는 잘 먹어야 잘 크는데 B가 분수처럼 안 나오고 뚝뚝 떨어지는 젖만 먹게되어 큰일이라고 했다. 나의 경우, 엄마가 말한 젖이 분수처럼 쏟아진 시기는 출산 후로부터 1~2주 지나고부터였다. 젖 양이 많아 샤워 물줄기처럼 쏟아졌는데, B에게 젖을 물리기도 전에 얼굴에 젖을 뿌리고, B가 빨고 삼키는 속도보다 많이 나와 때때로 삼키다가 박자가 안 맞을 때면 토하기도 했다. 초유가 사라지고 흰빛을 띄는 젖이 나왔을 때, 그것을 본 엄마는 내 젖은 '물젖'이니 분유를 먹이라고 했다. 모유수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물젖'이라는 헛소리는 어디서 들은걸까.
초유가 나오는 동안은 젖 빠는데에 힘이 부친 입이 작은 신생아와 젖 먹이는 일이 익숙치 않은 내가 이리저리 고생하며 올바른 방법을 찾는 시기였다. 젖꼭지가 몇 차례 허물을 벗고 피가 나기도 했으며, 너무 아파서 보호캡을 씌운채 수유를 해야하기도 했다. 그렇게 익숙해지고 나니 통증도 차차 없어졌고, 젖양도 차차 아이의 양에 맞춰졌다. 젖을 뗄 때에는 몇 주의 여유기간을 두고 점차 하루중 수유 횟수를 줄여갔다. 약 먹지 않고도 젖이 말랐고, B도 자연스레 젖을 잊게 되었다.
# by | 2011/08/10 22:57 | SongC today! | 트랙백 | 덧글(2)
전 아이 한 명 키우기도 이렇게 힘든데, 국땡이님 정말 대단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