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8월 26일
20100826



습관이라는건 집요한 것이어서, 지금도 난 뭔가 집중해야 할 일의 배경음악이 필요할 때에는 항상 Bill Evans를 튼다. 중학교 때 The Smashing Pumpkins, 고등학교 때 Mar1lyn Manson에 빠져 지낼 때에도 변치 않은 습관. 오늘도 앨범을 찾느라 씨디 앞에 쭈그리고 앉았는데, 그 옆 80년대 중반의 내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B에게 읽어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만 한지 벌써 몇 개월 째...
80년대 중반, 당시 난 공문수학을 하고 있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집으로 오는 방문교사를 통해 대교출판의 책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리스트를 보고 고른 후 돈을 지불하면 다음 방문일에 방문교사가 책을 갖다주었다. 그렇게 구입해 읽은 대교출판의 책이 꽤 된다. 그땐 집으로 책 팔러 다니는 아주머니들도 많았다. 금성출판사의 한 아주머니는 한두 달에 한 번씩 우리 집에 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적선하듯 책 한 권씩, 아주 가끔은 전집 한 질씩을 사주곤 했다. 엄마가 별 고민도 없이 고른 그 전집들을 통해 난 전집의 허와 실을 알았고, 그런 까닭에 현재 우리 B의 책은 선택에 고민을 거쳐 일주일에 한 두권씩 낱권으로 구입하고 있다. 전집으로 읽은 위인전과 축약된 동서양 고전들의 클리셰를 깨는 것이 난 정말 힘들었다. 어린이들의 TV 역사물 접하기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예림당 『프란다스의 개』는 "읍니다"와 "습니다"가 혼용되어 B가 혼란스러워할지도 모르겠다. 『꼬마 니꼴라』 시리즈는 2006년, 태아 B에게 나의 그가 읽어준 책이기도 하다.
# by | 2010/08/26 19:06 | SongC today! | 트랙백 | 핑백(2) | 덧글(8)
... , 어휘가 어려워서인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검색해보니 역시 내가 점찍은 와일드의 그 단편이 동화책으로도 나와 있다. 물론 축약본이겠지. 쉬운 어휘는 좋다만, 축약본은 사절. B는 자라서 무슨 공부를 하게 될지, 무슨 직업을 갖게 될지 너무나 궁금한 요즘. 아빠 처럼 공학을, 엄마 처럼 건축을, 미술사를, 또는 미학을 ... more
... 하며, '리테 라토베리타 우르스 아리아로스 베르 레토리르'를 즐겨 외운다. 내가 어렸을 때 읽던 '꼬마 니꼴라'를 며칠 전부터 B가 읽고 있다. 꼬마 니꼴라는 이렇게 5권 셑트. 귀가 아파서 한동안 입에서 살살 녹는 쿠키와 케잌만 먹었다. 기다리던 블루베리가 나왔는데, 매년 이맘 때 늘 그렇듯 너무 비싸다. 블루베리는 ... more
조용히 들렀다 가기만 하다가 반가운 마음에 처음 댓글 남겨봅니다. 앞으론 종종 흔적 남길게요:D
가장 기억에 남는 전집은 저 태어나기 전부터 집에 있었던, 금성출판사의 빨간색 표지 + 누런색 봉투재질 내지의 흑백 전집 한 질이에요. 요즘은 "꼬마 삼보"라고 하지만 그땐 "검둥이 삼보"였죠, 그 동화를 제가 가장 좋아했었답니다. 어디 사진에서라도 그 전집은 꼭 한 번 다시 보고싶어요. ^^
금성출판사 빨간색 표지는 제가 정확히 기억할 수도 없는 나이에 읽고는 사라져버린 책이라서 어렴풋이 기억이 날 뿐인데, 한번 확인해보고 싶어요. 제 첫 책이었을 겁니다, 아마도.
책에 대한 얘기라서 매우 유쾌하게 잘 읽고 갑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들 정말 좋습니다~ ^^
저도 전집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고(솔직히 부모가 게으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축약본은 아예 읽게 할 생각도 없어요. 애가 읽을 모든 책은 제가 먼저 읽어볼 생각이고요. 정말이지 위인전 전집 읽고 독후감 쓰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아주 어릴 때 '읍니다'와 '무우'가 맞춤법개정으로 표준어에서 탈락했는데, 엄마가 새 책 사오자마자 '습니다'와 '무' 스티커를 붙여주시던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