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08


고개를 비딱하게 쳐들고 4 미터 정도 길이의 벽 모서리에 실란트를 발랐다.
목과 어깨가 뻐근하고 움직여보니 언제나처럼 뼈다귀 소리가 우두둑 우두둑...
우리집은 나무 바닥을 제외한 벽과 천장 전체가 하얀색 페인트가 발린 콘크리트여서 때때로 실란트를 발라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수시로 touch up 해 주어야 하는데, 이 모든 작업은 건축과 출신 마누라 몫이다. 갖다 붙히기 나름이긴 한데, 가구나 가전제품 배치 및 위치 변경 따위는 당연하고, 가내 곳곳에 바르기, 막기, 긁어내기, 벗겨내기, 칠하기 등 이 전부가 다 내 몫인 것이다. 식탁이나 냉장고, 킹 사이즈 침대 들어 옮기는 것 따위는 나에게 일도 아니다. 사다리 타고 오르내리기는 물론 어디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천장 모서리에 실란트 바르기나 왕 조이기 같은 남들이 보면 박장대소할 포즈의 곡예식 작업도 능숙하다.
내가 이런걸 어디서 배웠다거나 잘 해서 하는건 아니다. 도련님 같은 남자와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나의 그는 집 안에 어떠한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누구'를 돈 주고 부르자고 하는데, 난 솔직히 실란트 바르기나 페인트 터치 업 전문가가 누구이며 어디서 불러와야 하는지 모르겠다. 도기업체에 전화해서 '다 필요없고 와서 실란트 좀 발라주세요', '일당 5 만원이요? 20 분이면 되는데, 20 분 어치만 드리면 안되나요.'라고 해야하나.
나의 그도 아주 가끔 작업이란 걸 할 때가 있는데, 그건 내가 싫어하는 전동드릴을 사용하는 일들로, 약 100 회 정도 부탁하고, 으름장놓고, 협박해야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나마 완벽한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예를 들자면 스피커의 소리가 나지 않도록 전선을 분리해 놓으라고 했더니 마감을 대충 해 놓아 다시, 저절로 접지가 되어 며칠 뒤 스피커에서 갑자기 소리가 왕왕 나서 내가 깜짝 놀라 뒤집어진 일 등이 있다. 이미 할로겐도 두 개나 망가뜨렸다지. 게으른 불여우.

그런데 트위터에 링크해 놓은 7 일자 저 기사 꼭 내 얘기 같다.




by songc | 2009/10/08 23:36 | SongC today! | 트랙백 | 핑백(1)

Linked at SongC : 20101129 at 2010/11/29 22:57

... 밖으로 고개만 내밀고 두리번 두리번 집안을 살폈는데, 알고보니 윗 층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였다. Magis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천장과 벽을 닦았다. 언제나처럼. 종종 하는 일이다.(내 팔자야) 꼭 필요해서 하는 일이긴 한데, 보여지기엔 몸개그의 일환이다. 아마 집 밖에서 사람들이 유리창에 비친 나를 보면 "저 여자 뭐하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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