紅緣

지난 후기는 여기.

그간 신 메뉴가 출시되었는지 전에 없던 요리들이 눈에 띄었다.




오향장우육




야채 스프




산라 상어지느러미 스프
그리 맵거나 시지 않아 어린 아이도 먹을 수 있었던 홍연의 산라탕이 맵고 얼큰하게 바뀌었다.
굵은 고추가루가 눈에 띄었고, 더 걸쭉해졌으며, 약하게 고추장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기준으로는, 컨디션이 안 좋을 때라면 위가 아리거나 아플 수 있을 정도의 맵기이다.




팔진 어츠




궁보 새우




딤섬, 이름을 잊었다.
부추속.





삼선 자장면
언제나처럼.



우리 부부는 요즘 거의 모든 식당에서 제공되는 어린이용 플라스틱 식기를 B가 사용하게끔 하지 않는다.
좋은 음식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비닐 등에 담아 먹는 것 처럼 유쾌하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으며, 나도 싫어 거부할 것을 아이에게 주는 잔인한 짓은 하지 않으려는 도리, 그리고 비교적 식사량은 적지만 아이들 역시 돈을 지불하고 성인과 같은 음식을 먹는 엄연한 손님이자 고객이고, B가 접시를 던지거나 식탁보를 잡아 당길 나이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이번 홍연 방문에서도 직원들은 우리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일행 중 어린 아이가 있는 것을 알고는 B의 접시며 컵, 젓가락등을 치우려 했지만, 우리는 언제나처럼 B가 사용하게끔 그냥 놔둬 달라 부탁했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된 후 주문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에선가 어떤 여직원 한 명이 나타나서는 B가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을 주욱 잡아당겨 빼앗는 것이었다. 아이는 안 빼앗기려 손에 힘을 줬는데, 그 여직원은 두 손으로 젓가락을 잡아당겨 빼앗았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B 앞의 식기를 모아 챙겼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나고 B가 막 울음소리를 내려는 찰나 내가 그 여직원에게 왜 그러냐고 했고, 주문을 받던 남자 직원이 그 여직원에게 짧게 상황을 전달하고 그 여직원은 말 없이 사라지고 끝.

그 몇 초 동안 나는 "저 여자가 왜 저러지? 미쳤나? 아, 지금 B와 장난치겠다는 건가?" 등의 생각을 했는데... 그건 젓가락을 가져가겠다고 무력으로 잡아 빼앗는 행위일 뿐이었다.
이번 홍연 방문에서 그 무례한 여직원은 어린 고객을 이렇게 막대했다.
성인 고객이 손에 쥐고 있는 젓가락은 감히 잡아 뺄 생각도 하지 못하면서, 보호자인 부모에게조차 한 마디 묻지도 않고 어린 고객의 손에 들린 젓가락을 잡아당겨 빼앗고, 어린 고객 앞에 놓인 테이블 매트를 비롯한 식기 일체를 가져가버리는 짓 따위는 너무나 당연시 하는 것이다.

그 여직원이 말없이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내 옆에 있던 남자 직원에게 한 마디 하긴 했지만, 나의 그가 만류하는 바람에 일 절도 하지 못했다. (나의 그는 "뭐든 더러우면 피하면 되지, 애써서 가르칠 것 없다"는 주의이지만, 나는 아시다시피 그렇게 편한 사람이 못된다.)
우리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어느 집 아이에게라도 이번 홍연에서의 그 여직원처럼 해서는 안된다.
절대 안되는 것이다.
차별과 학대와 다를 것이 없는 짓거리이다.
어린 아이는 내가 뺏으면 당연히 빼앗겨야만 하고, 내가 예쁘다며 만지면 고맙게 당해야만 하고, 내가 희롱하고 조롱하면 말 없이 희롱 당하고 조롱 당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몇 번을 또 얘기하랴? 더군다나 서비스업 종사자라면 어린 고객이나 젊은 고객이나 늙은 고객이나 다 똑같은 고객으로 대우해야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주방에서 아무리 잘 하면 뭐하랴, 홀에서 이렇게 손님을 쫓는데.




by songc | 2009/01/27 00:25 | food & restaurants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Linked at SongC : 셔블(부산시) at 2010/06/16 00:27

... 그냥 놔두라고하자 그 여직원은 플라스틱 컵에 옮겨 따랐던 물을 다시 그 도자기 컵에 옮겨 따랐다. 설겆이 하나? 셔블의 이 여직원, 미친게 아닐까? 언젠가 조선호텔, 홍연의 어떤 직원이 했던 짓이 떠올랐다. 셔블냉면과 한우갈비세트 냉면은 작년에 먹었던 것과는 국물 맛이 달랐다. 칼칼하고 시원한 진주식 해물육수 특유의 맛 ... more

Commented by xmaskid at 2009/01/27 01:51
비싼 음식점도 그렇군요... 아쉽네요.
Commented by songc at 2009/01/27 11:54
서비스가 값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렇게 확인시켜 주네요.
Commented by catalyst at 2009/02/07 18:29
songc님 이글루를 보고 홍연에 대한 좋은 환상(?) 같은게 있었는데, 좀 아쉽네요.
B씨가 여러가지로 고충이 많네요...
Commented by songc at 2009/02/07 23:30
이 사회가 워낙 어린 아이들을 (여러모로) 존중하지 않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나봅니다.

하지만 적어도 호텔 정도의 수준이라면, 아주 기본적인 직원 교육을 통해서라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문제겠지요. 아쉬울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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