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소재 한 지방대학병원 응급실



내 아이의 손과 발이다.
구토를 멈추지 않아 찾아간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한 간호사에 의해, 자질이 의심스러운 한 간호사에 의해 양쪽 발과 한쪽 손이 이렇게 되었다. 자질이 의심스러운 그 간호사는 내 아이의 손과 발을 이렇게 세 곳이나 바늘로 쑤셔놓고도 결국 혈관을 제대로 찾지 못해 수액을 맞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수액을 맞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내 아이는 계속 토하기를 반복했고, 결국 다음날 다니던 소아과에 가 처치를 받고서야 구토를 멈추었다.

응급실에서의 그 일 이후로 아이가 자꾸 운다.
가만히 있다가도 자지러지게 울고, 가만히 있다가도 자신의 붓고 피멍 든 손과 발을 보고는 악을 쓰고 운다. 한 번 잠들면 아침까지 깨지 않는 아이인데, 그 일이 있은 후로 자다가도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 울고 또 운다. 자꾸 그 기억이 떠오르는 모양이다.
나도 그 일이 있은 후로 잠이 안 온다.
간호사 한 명이 내 아이의 손과 발을 세게 짓누른 채, 자질 부족의 간호사가 바늘로 무참하게 찌르고, 바늘이 들어가 있는 상태의 혈관을 손가락으로 주무르고, 바늘을 밀어 넣었다 뺐다를 수 차례 반복하는 동안, 그렇게 똑같이 세 번을 반복하는 동안 살려달라는 듯 내 손을 잡고 핏대를 세우고 아프다며 울던 내 아이의 모습이 자꾸 떠 오른다.
침대에 누운 채 현재 내 아이의 상태와 그 기억을 곱씹다보면 나는 울분과 분노로 점철된 살의를 느낀다.
나는 내 아이가 그런 처참한 울음소리를 내며 우는 것을 처음 보았다.

아이를 키우며, 다니는 소아청소년과에서 때론 응급실에서 피검사도 해봤고, 다급하게 혈관 주사도 맞춰봤지만, 어느 병원 그 누구도 세 번을 실패한 적은 없었다.(한 번 실패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같은 병원, 이 응급실에서였다.)
그 날 그 병원 응급실에서 보고 들은 것들(보지 않았어야 하고 듣지 말았어야 했을 여러가지 것들)과 담당 1년차 레지던트, 그 자질이 의심스러운 간호사, 심지어 원무과 직원의 언행에 대해서도 할 말이 너무 많다. 자신이 실수를 거듭하면서도 아이가 오래 굶었냐는 등(굶어서 혈관이 안 잡히고 자신이 실수를 거듭하는 것이라는)의 질문이나 하고, 내가 이름을 물으니 한참을 안 가르쳐 주려 이리 빼고 저리 빼던 그 자질이 의심스러운 간호사를 비롯한... 그 사람들 모두에 대해.
의료인들에 대해 정체불명의 우호적인 감정을 지닌 채 자라고 살아온 의사 가족인 나도 욕 밖엔 해 줄 것이 없는 그 날, 그 곳의 사람들과 서비스.
미안하다, B.





-접수 확인을 위해 나는 원무과 직원 앞에서 그의 사적인 통화가 끝나기를 일 분여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내 시선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통화 내용은 "회식에 오시나 해서요~"가 주. 결국 난 확인을 미루고 자리를 떠야만 했다.
-우리가 의사를 기다리던 장소는 소아응급실로 불리우는, 약품대가 있는 공간이었다. 문제의 간호사는 그 곳에서 다른 환자로부터 자신에게 튄 피를 가리키며 "아 드러, 다 뭍었어, 어떡해~"를 큰 소리로 몇 차례 반복, 듣고 있기 무척 난감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한 번 웃어 보이고는 그렇게 외치기를 계속.
-담당 의사(레지던트 1년차)의 어투: "아래에서 밀고 올라오면 어떻게 되겠어요?(정답을 기다린다는 듯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네?(답을 맞춰 보라는 듯 턱을 쳐들고) 당연히 토하겠죠?" 
-누가 우리 아이의 라인을 잡을거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문제의 간호사는 자청하기까지해서 우리 아이의 수액을 들고 나타나서는, 자신이 실수를 거듭함에도 다른 간호사에게 부탁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 "아이가 오래 굶었나봐요."
우리 아이의 몸에 바늘을 꽂은 채 혈관을 주무르다가 결국 바늘이 꽂힌 채 수액의 튜브가 빠져 수액이 줄줄 세어나오기 까지.

-담당 의사를 다시 불러달라고 했더니 잠시 후 의사가 와서 하는 말:"나는 더 해도 안되던데(자신은 더 여러번 찔렀는데 실패했다)"... 이게 그 상황에서 할 소리인가? 자신에게 부탁할까봐 두려워서? 아니면 그 간호사를 두둔하려고? 아니면 설마 그게 사실???
그러면서 정 수액을 맞고 싶으면 소아병동에 잘 놓는 간호사들에게 부탁할테니 올라가서 찌르고, 내려와서 맞고 가란다. 한 번 실패한 곳은 적어도 몇 시간이 지나야 다시 시도가 가능한 정도는 알고 있기에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한 번 실패한 곳에 성공할 확률은 50% 란다. 그런 모험을 하면서까지 수액을 맞아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의견을 물으니 수액은 치료제가 아님을 강조하며, 마치 내가 굳이 아이가 맞지 않아도 될 수액을 우겨서 맞도록 한 것인양 불필요한 것이라는 듯 말하는 것이었다. 수액을 맞는 것은 내가 제안한 것은 맞지만, 분명 처방은 그 의사 자신의 판단으로 내린 것인데, 그렇다면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 그리고 도데체 누가 포도당을 치료제로 알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렇게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지... 누가 자신에게 책임을 묻기나 했나? 결국 불필요한 것을 맞게 하기 위해 손과 발 세 곳을 쥐어 뜯어놓았다는 것?
아이에게 다시 고통을 주고 모험하는 꼴이 될까봐 수액은 안 맞기로 결정. 
-그 의사에게 문제의 간호사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자 자신은 모른다며 직접 가서 물어보란다.
-그 간호사는 유니폼에 이름도 없었고, 아이디도 볼 수 없었다. 명함이 있으면 명함을 달라고 하니 명함도 없단다. 자꾸 말을 돌리며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려고만 하다가 결국 자신의 이름이 ㅇㅇㅇ라고 말했다.
-내가 결제를 하는데, 간호사들과 의사 무리가 "저 엄마 화났어, 저 엄마 화났어"라고 자기들끼리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다.
-문제의 간호사는 앵무새처럼 미안하다고하며, 소아병동에 잘 놓는 간호사들이 있을테니 올라가서 찌르고 내려오면 된다고 지껄였다. 자신이 세 군데를 다 실패해 더 이상 맞을 곳이 없어져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 조차 없었다. 끝까지 맞고 싶으면 올라가서 찌르고 내려오라는 것이다.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한 소리 했더니 나이 많은 간호사가 앵무새로 동조하며 내 목소리가 다른 환자들에게 세어 나가지 않도록 나를 구석으로 몰아 에워싸더라.
-문제의 간호사를 비롯한 다른 간호사들, 그 의사 모두 불필요한 스킨쉽을 자꾸 시도했다.
내 아이의 얼굴을 만질 필요가 없음에도 자꾸 주무르는 것이다.
내가 그들의 얼굴을 똑같이 주무르면 그들은 어떻게 느낄까? "아, 저 여자가 나를 예뻐하는구나" 하고 행복해할까?
내가 그들 손 끝에 말랑말랑한 유희를 주기 위해 만신창이가 되어 가며 아이를 낳았나?
위와 같은 몰상식한 성인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아이들도 어른과 똑같이, 낯선 사람이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불쾌하게 느낀다는 것. 왜 어른들에게 통하지 않는 것을 어린 아이들에게는 죄책감없이 저지르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백화점에만 가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복도에서, 매장에서, 낯선 성인 남녀들이 낯선 어린 아이들을 아무런 이유도 죄책감도 없이 찔러보고, 주물러보고, 만져본다. 그런 사람들은 "만지지 마세요"라는 아이 부모의 말에 "왜요?"라고 답한다. 신세계본점의 어떤 직원은 아이가 맨 가방을 열어보기까지 하더라.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소아과 전문의와 간호사라는 사람들부터가 저 모양이니...





+20081222 사건 발생 이튿날 넣은 민원에 대한 답변을 우편으로 받았다.
해당 간호사가 반성하고 있다, 어린 아이의 경우 더욱 신중하게 주사를 놓겠다는 등의 요식적인 내용이 주. 문장이 얼마나 교묘한지, 자기들이 세 번이나 쑤셨는데도 주사를 제대로 놓지 못해 아픈 환자가 고통만 받고 그냥 돌아가야 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
5천원권 문화상품권이 동봉되어 왔는데 찢어버렸다.

by songc | 2008/12/11 00:01 | shops & stores | 트랙백 | 덧글(14)

Commented by 아미료 at 2008/12/11 00:33
글만 읽어도 속상한 마음이 절절하게 와닿네요. 작은 손발등에 바늘 꽂을 데가 어디 있다고 헤집어 놓나요. 결과적으로 치료도 못하고 더 상처만 받은 셈이니 애도 왔다갔다 많이 고생했겠네요. 부디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되지 않게 근시일내에 잘 풀리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songc at 2008/12/11 00:36
혹 떼러 갔다가 혹 붙히고 온 격이에요.
트라우마로 남지나 않을지 너무 두렵습니다.
Commented by 게몽 at 2008/12/11 00:52
금이야 옥이야 키운 귀한 아이를 마루타 취급하다니! 아무리 정신없이 돌아가는 응급실이라지만, 환자가 받는 고통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무감하게 대하는 것들에 분노!
Commented by songc at 2008/12/11 17:20
평생 안 가보고 살아도 좋은 곳이 응급실인 것 같습니다.(더불어 수술실과 감옥도...)
타성에 젖어 환자의 고통 따위 묵살해 버리고 마는 것은 그들만의 일종의 직업병인 것 같아요.
Commented by xmaskid at 2008/12/11 03:28
오, 아이도 songc님도 많이 놀라셨겠어요...아이들은 resilient 하다고들 하니까, 너무 많이 근심하지지 않길 바래요...
Commented by songc at 2008/12/11 10:18
그러면 다행인데, 종일 울고 짜증을 너무 많이 내네요.
소아 우울 증상과 같고 그 날 당한 고통에 대한 분노 표출같아요.
Commented by dARTH jADE at 2008/12/11 09:28
아이가 자꾸 운다니 제가 다 걱정이 되네요. 빨리 잊고 건강해지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songc at 2008/12/11 10:28
먹지도 않고, 울고, 짜증만 내는 상태에요.
이 상태가 지속되면 소아정신과에 가 봐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catalyst at 2008/12/11 12:40
가끔씩 songc 님 블로그에와서 글들을 읽고가곤 했는데, 이건 도저히 그냥 지나칠수가없어서 댓글을 남깁니다. 정말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저도 갑자기 아팠던 적이 있어서 응급실에 간적이 있는데, 아는 의사선생님께 전화를 달라고 부탁드렸는데도 불구하고 한참을 기다려서야 조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성인인 저도 참기 힘들만큼 불쾌하고 힘들었는데,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모쪼록 빨리 건강해지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songc at 2008/12/11 20:21
덧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저는 아이 아픈것에 대해서 아주 의연해지던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되던지... 어떻게 해서든지 응급실에는 안 데려가고 키울 생각이에요.
Commented by mistonic at 2008/12/11 14:38
저도 윗분처럼 조용히 들렀다 가곤 했는데.. 오늘은 제가 다 속상해져서 댓글 남겨요..
아이가 빨리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별일없을꺼에요. 님도 너무 속상해하지마시길..
Commented by songc at 2008/12/11 20:22
덧글 고맙습니다.
내일은 좀 나아져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Commented by 국땡이 at 2008/12/12 01:47
세상에 저 고사리같은 손과 발에 만행을 저질렀네요...
정말 의료는 서비스 라는 말은 더이상 마음에 닿지않은지 오래이거늘....
응급실은 가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네요
(응급실에 아파서 가봐야 다음날 처치를 받은적이 더 많았던 기억 때문)
그리고 저도 예전에 우리 아기가 아파서 인터넷을 뒤져보니까 다들 데리고 가봤자라던 댓글과 글들을 보고 그냥 안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지 말입니다...
특히 아이는 정말 실력이 뛰어나신 분이 주사를 놔야하는데요...(특히 혈관주사라면 말이죠)
정말 안타깝네요... 명찰없는 간호사라면 아마도 정말 신참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동네엔 24시간하는 소아과가 있습니다.
songc님의 동네근처에 있을지 모르니 한번 찾아보세요..
아이가 아프면 정말 속상하고 더불어 내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서 울고싶어질때도 있거든요.
아이도 너무 힘들었는지 휴유증이 크나보네요.
많이 안아주시고 보듬어주세요.
힘내시길...
Commented by songc at 2008/12/12 11:58
저희 집에서는 이 곳이 가장 가까운 응급실이에요. 그래서 아이 태어난 후로 밤에 급할 때 몇 번 갔었죠. 이 병원에서의 서비스에 대한 불만사항은 차치하고라도, 주사를 한 번에 성공한 적이 없어요.
응급실은 정말 왠만큼 위급하지 않으면 데려가지 말아야 할 곳 같아요.
제가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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